영봉에서 하봉으로 올만에 빡센 산행
당장의 이득에 대한 욕심과 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
온갖 잡스러운 생각에 마음이 답답하고 머리가 무겁다.
이럴 때 특효약은 언제나 빡센 산행이었지.
마침 폭염도 물러가고 가을 초입에 들어섰으니
이런 저런 구실을 갖다붙여 월악산으로 산행을 떠나본다.
산행코스: 덕주골 - 덕주사 마애불 - 영봉 - 중봉 - 하봉 - 보덕암 - 보덕굴 - 송계2교. 12km
영봉에 오르는 길 중 가장 길고 힘든 덕주사 코스를 택한 것은
장쾌한 만수릿지능선을 마주보며 오르고 싶었기 때문이다.
고개를 푹 숙인채 묵묵히 걷다보니 조망이 트이고 만수릿지가 장쾌한 모습을 드러낸다.
힘든 오름길의 고단함이 싹 가시는 순간이다.
주변 봉우리들이 눈 아래 깔리는 것을 보니 이제 꽤 많이 올라왔나보다.
저 끝에 부봉라인도 보이는 듯 하고...
영봉.중봉.하봉 전망대에 도착하니 다 올라온 듯 안도감이 든다.
그런데 이게 뭥미? 거리상으로 따지면 이제 겨우 반 올라온 거네.
지금까지 코스가 난이도 상이라면 남은 코스는 왕초보 수준이라 부담될 건 없다. ㅎ
드디어 영봉 도착
70대로 보이는 산객 두 분께서 영봉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계신데
아무리 100세 시대라지만 저 연세에 영봉에 오를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대단할 뿐이다.
겹겹이 쌓인 산그리메를 구름이 살짝 덮고 있으니 이 또한 절경이다.
물론 맑고 파란 하늘이었으면 더 좋았을텐데...아쉽다. ^^
청풍호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한 중붕의 모습은 월악의 대표적인 풍경인데
흐린 날씨가 진짜 아쉽다. TT
영봉을 내려와서
이제 중봉이다.
청풍호에 더 가까워졌고, 운무가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
모락모락 피어나던 운무는 순식간에 월악을 휘감아 버리고, 그 속으로 급경사 계단을 내려서는데
심장은 쫄깃거리고 사타구니는 찌릿찌릿하다. ㅋ
하봉에서 바라보는 중봉의 모습이 바로 앞의 암봉과 어우려져 감탄을 자아낸다.
지금 서 있는 봉우리가 하봉인 줄 알았는데, 앞에 봉우리가 또 있다.
저기가 하봉인지 아니면 여기 저기 봉우리 전체를 합쳐서 하봉인지...잘 모르겠다.
운무는 걷히다 휘감다 걷히다..지금은 또 막 피어오르고 있다.
이 풍광은 진짜 멋있었다. ^&^
보덕암인데..영봉부터 여기까지 눈은 즐거웠지만 팔다리는 힘들었다.
젖은 흙길에 두 번이나 미끄러져 자빠지기도 했고..TT
잡스러운 생각이 계속 떠올라 순간순간 발디딤에 집중을 못한 탓도 있을게다.
흔히 가는 수산리 대신 송계2교로 하산을 할 예정이다.
윗 사진의 우측 요사채 뒤쪽으로 가면 아래 표지판을 볼 수 있다.
보덕굴이 눈에 들어온 순간, "야, 여기가 상그리라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시간 동안 험한 산길만 타다가 탁 트인 평지를 발견하니 그런 생각이 든 것 같다.
산행 초입에 보덕굴을 봤으면 별 감흥이 없을 수도 있는데...
이래서 어떤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시퀀스가 중요하다고 하는 것 같다.
보덕암에서 송계2교로 내려오는 길은 전혀 관리되지 않는 샛길이라서
등로는 뚜렷하지만 온갖 잡목과 잡초가 무성하다. 권하고 싶지 않다.
무사히 월악 대장정 1일차 마무리 ^^
<대중교통 참고>
충주역이나 충주터미널에서 246번 시내버스를 타면 월악산 모든 탐방코스에 바로 닿을 수 있다.
대중교통으로 접근성은 월악산이 최고인 것 같다. 246번만 타면 OK
'산행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북한산 응봉능선 문수봉 - 2018년 9월 25일 (0) | 2018.09.27 |
---|---|
월악 대장정 2 : 북바위산 - 2019년 9월 14일 (0) | 2018.09.15 |
충북 영동 월류봉 - 2018년 9월 10일 (0) | 2018.09.11 |
경남 거창 우두산 - 2018년 9월 6일 (0) | 2018.09.07 |
강원도 영월 봉래산 - 2018년 6월 29일 (0) | 2018.06.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