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이야기

지리산 1박2일 종주 2 - 2012년 10월 29일

우중산행 2012. 11. 22. 12:50

대피소에서 푹 자는 사람이 부럽다. 코고는 소리, 들락거리는 소리, 소근거리는 소리에 자는둥 마는둥..

06시에 출발하기 위해 05시에 라면과 햇반으로 아침을 때운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안개와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좀 잦아들길 기다려보다가, 07시 40분 안개와 바람 속으로 들어간다. 노고단 14.1km + 성삼재 3.1km를 향하여~~~

 

1차 목적지 연하천 대피소 가는 길....

몽환적이지 않은가? 바람과 추위만 없다면 좋아라 하는 풍경인데, 너무 춥다. 

  

 

 

연하천대피소 도착..여기서 좀 쉬어가려 했는데, 너무 추워서 목만 축이고 계속 나아간다.

겨울용 등산장갑을 꼈는데도 손끝이 시럽다.

 

 

 

연하천과 명선봉을 지나 토끼봉 도착. 토끼봉 올라오는 길이 심한 오르막길이다. 바람은 여전히 차고 강하지만,

안개가 걷혀 주위 조망이 눈에 들어온다.

지리산은 산이 커서 그런지, 이정표 있는 곳마다 넓은 공간이 있어 휴식을 취하거나 식사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이 곳이 유명한 화개재. 경남 연동골과 전북 뱀사골의 연결 지점으로 화개장터가 열렸던 곳이다.

꽤 넓다.

 

 

 

 

 

화개재는 좀 낮은 곳에 위치해 있어서, 다음 목적지인 삼도봉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끝없는 나무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토끼봉에 이은 두번째 난코스. 오르고 또 오르면 삼도봉이 나온다. 삼도봉은 전북/전남/경북 3개 도가 만나는 지점이다.

 

 

 

 

 

삼도봉에서 바라본 진행할 방향. 제일 높은 봉우리가 반야봉이고, 최종 목적지 노고단은 그 뒤에 있다.

많이 온 것 같은데, 아직도 갈 길이 멀다..에휴~~

 

 

노루목에 도착하고...점점 노고단이 가까워진다. ^^

노루목은 노루가 다니는 길목이란 뜻으로, 노루는 습성상 좁은 길로 다닌다고 한다.

확실히 다른 이정표 있는 곳보다는 장소가 좁다.

 

 

 

 

임걸령에 도착. 임걸령의 뜻.....

옛날에 임걸(林傑) 또는 임걸년(林傑年)이라는 이름의 의적이 은거하던 곳이어서 임걸령(林傑嶺)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이곳의 샘에서는 언제나 차가운 물이 솟으며, 물맛 또한 좋기로 유명하다. 

 

 

 

피아골삼거리를 지나 돼지령에 도착. 노고단이 가까워질수록 등산객이 많이 보인다.

그런데 등산객인지 행락객인지 먹고 마시고 떠들고 수작을 부리는 아저씨/아줌마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드뎌 오늘의 목적지 노고단에 도착!!!

만쉐이~~ㅎㅎ

 

 

 

 

 

노고단대피소로 내려와 가장 먼저 한 일은? 담배 한가치 얻어 깊이 들이마셨다. 살 것 같다. ^^

성삼재 편안한 길을 걸어 성삼탐방센터로 15시에 하산 완료...

지리산 1박2일 종주..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지리산 한우로 영양보충하고, 사우나가서 싹 씻고, 이제 서울로~~ 

 

 

 

 

 지리산에 관한 문학작품이 참으로 많은데, 그 중 이성부의 '벽소령 내음'이라는 시로 지리산 종주 후기를 마친다.

 

벽소령 내음

이 넓은 고개에서는 저절로 퍼질러 앉아
막걸리 한 사발 부침개 한 장 사먹고
남족 아래 골짜기 내려다본다

 

그 사람 내음이 뭉클 올라온다
가슴 뜨거운 젊음을 이끌었던
그 사람의 내음

 

쫓기며 부대끼며 외로웠던 사람이
이 등성이를 넘나들어 빗점골
죽음과 맞닥뜨려 쓰러져서
그가 입맞추던 그 풀내음이 올라온다

 

덕평봉 형제봉 세석고원
벽소령 고개까지
온통 그 사람의 내음 철쭉으로 벙글어
견디고 이울다가
내 이토록 숨막힌 사랑 땅에 떨어짐이여

 

사람은 누구나 다 사라지지만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나씩 떨어어지지만
무엇을 그리워하여 쓰러지는 일 아름답구나!

 

그 사람 가던 길 내음 맡으며
나 또한 가는 길 힘이 붙는다